시민단체 정치참여 숙고해야

시민운동 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들을 대거 출마시키려는 것은 비정부조직(NGO)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이미 지난 4·13 총선때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시민운동 단체들이 한발 더 나아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후보들을 내세워 지방정치에 직접 참여키로한 것은 종전 시민운동의 정치활동 영역으로의 확산을 뜻하는 것으로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단체들은 나름대로 정치참여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기존 정당공천 후보들과는 달리 전문성을 기초로 실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는 차별성은 물론 시민단체로서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일선 행정에 접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기 합리화일뿐 시민운동 단체의 고유 영역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민운동 단체 회원이나 간부가 개인자격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전혀 탓할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통 시민을 대표하고 공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자임해온 시민운동 단체가 조직적으로 지방의원 후보를 인선하고 그에 따라 출마하는 것은 이미 시민운동 영역을 넘는 것으로 시민운동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위해 바람직 하지도 않은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이 진정 정치에 참여할 뜻이 있다면 시민운동 단체로서가 아니라 따로 정치단체를 만들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환경운동연합본부 등 3∼4개의 시민운동 단체들이 후보인선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경기·인천지역에서만도 1백여명의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은 시민운동 단체가 정치단체화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부쩍 늘어난 시민단체들이 권력의 감시기능에서 사회정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활동을 벌여 눈에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여러가지 반성해야할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에겐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할 시대정신과 이를 구현할 역동적인 시민운동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운동은 정략과 당략의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 민간운동이라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의욕이 넘쳐 정치판에 뛰어들어 후보자를 내세우고 당선되도록 부축해주는 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당파성 정치운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점을 시민단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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