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을 읽고 실록(實錄)을 알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록도 승자의 편에서 남겨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또 TV드라마의 사극을 시청하고 모두 실록처럼 알고 있으면 안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TV의 월·화 사극 ‘여인천하’만 해도 그렇다.
드라마와 원작소설(월탄 박종화 作 ‘여인천하’)에서 윤원형(이덕화 분)이 문정왕후(전인화 분)의 오빠로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역사에서 윤원형은 문정왕후의 동생이다. 따라서 윤원형의 첩인 난정(강수연 분)과 문정왕후의 나이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윤 작가와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이런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게 ‘몇살’이라고 밝히는 대신‘문정왕후는 신유년 생이다’ ‘난정은 병인년에 태어났다’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갔다.
극 중반부에 들어서면 가장 막강한 후궁이었던 경빈은 아들인 복성군과 함께 쫓겨나 결국 사약을 받고 죽는다. 경빈이 문정왕후의 아들인 세자를 저주하기 위해 죽은 쥐를 나무에 매단 ‘작서(炸犀)의 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 ‘작서의 변’이 일어난 뒤 5년 후 김안로의 아들이 진범인 것이 밝혀졌다 ”고 전한다.
난정은 극 후반부에 이르러 을사사화 중에 비로소 친아버지인 파릉군(중종의 숙부)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파릉군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난정에게 궁안의 고급정보를 흘려주는 기생 옥매향은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극 중반이후 본격적으로 비중이 커지는 길상(박상민 분)과 능금은 실제 역사에서는 물론 원작소설에도 전혀없는 드라마상의
인물이다.
‘여인천하’뿐만 아니라 다른 사극들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일부에서는 TV사극이 역사를 왜곡시킨다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지만 작가와 제작자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극(劇)의 재미를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사극 ‘ 여인천하 ’가 방영되면서 최근 원작소설인 박종화의 ‘여인천하’가 출간된 지 16년만에 2판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극작가들이 원작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음은 좋은 현상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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