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면서 으레 들려주는 말이다. 미국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피의자의 권리를 고지하는 미란다 법칙은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다. 국내에서도 미란다 법칙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고지하는 예는 지극히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한 실정이다.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수사단계의 형사사건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변호사가 수임사건이 줄어 애를 먹는다고 한다. 서울지방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1인당 평군 41.5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53%는 20건도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방변호사회도 이보다 나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변호사 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민·형사사건 수는 제자리 걸음인데다 선임률마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긴 예전이라고 사건이 꼭 많았던 것은 아니다. 탄광 사고가 잦을땐 수임사건이 적은 변호사사무실에서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착수금 없이 민사사건을 맡곤 한적이 있다. 그러긴 했으나 서울만 해도 변호사가 3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지다 보니 전보다 더욱 어려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큰 민사사건을 잘 처리해 성공보수로 수억원대를 받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변호사 좋던 시절은 끝났다’는 말이 공인되고 있다.
변호사도 이젠 귀족화에서 벗어나 대중화 되어야 한다. 지금은 변호사 간판 하나로 능히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진정한 법률서비스가 구현돼야 인정을 받는다. 선임료도 낮춰야 한다. 국내 선임료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약 10배가량 높다. 법원·검찰청사 주변에만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 있는 것도 기형이다. 시·군청이나 면사무소 소재지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있을만큼 더 많아져야 한다. 변호사는 더 이상 판·검사들 몫만의 것이 아니다. 어렵게 공부해가지고 합당한 생활이 안된다고 말하는 이가 더러 있다. 뭘 모르는 소리다. 우리 역시 경찰관이 미란다 법칙의 고지필요성이 보편화 할만큼 변호사 선임이 대중화 돼야 한다. 그래야 활성화가 트인다. 과연 고객의 신뢰를 받을만큼 사명감에 성실한가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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