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투쟁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반세기동안 미군 전폭기의 폭격훈련에 희생을 강요당해 온 주민들이 진정한 삶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유와 평화의 절규입니다”
매향리 미군사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45).
그가 미군사격장 문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년간 매향리 상공에서 펼쳐지는 미군 전폭기들의 폭격훈련과 기총사격으로 인해정신적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한 부친의 돌연한 자살과 아이들의 끊임없는 비명은 그를장고(長考)의 터널속으로 몰아 넣었다.
88년6월부터 본격적으로 매향리 사격장 문제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선 전 위원장은 가정도 팽개친 채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는 집념을 불태우며 지금까지 14년간국가와 미군을 상대로 폭격소음 피해배상과 사격장 철폐를 위해 고단한 몸을 추스리며싸우고 있다.
지난해 5월8일 미군 전폭기의 오폭사고가 매향리 사격장 문제의 발화점으로 분출하면서 70여회의 집회에 참석한 연인원만도 무려 5만여명에 달한다.
주민들은 물론 종교계, 대학생, 노동단체, 환경단체 등이 전 위원장을 지지하며 미군 전투기의 폭격훈련에 따른 주민들의 집단피해를 법정으로 몰고 가 결국 사법부가 지난 4월 국가에 배상책임을 묻게 했다.
지난해 6월 군사시설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던 전씨.
그러나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불평등한 SOFA(한미행정협정) 규정이 유리하게 개정될수 있었던 것은 전 위원장의 공이 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막내아들(3)과 함께 삭발식을 거행하며 매향리 문제는 기필코 수십년간 고통받아 온 주민들이 생존권과 정당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며 “이제는 가정으로 돌아가 물고기와 조개를 잡으며 하늘이 내려준 천직을 벗삼아 삶을 여미고 싶다”고 전 위원장은 말했다.
/화성=조윤장기자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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