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때인가. 90년만의 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논밭이 타들어 가는 재난을 겪고 있다. 모내기 못한 농민이 자살했고,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을 지켜봐야 하는 농민들의 탄식과 한숨이 깊어지고 있으며, 쩍쩍 갈라지고 있는 논밭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수심에 잠겨 있다. 이제 하늘만 쳐다보다 지친 농민들이 타들어 가는 논바닥에 양수기로 물을 대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늦게나마 민·관·군도 모두 나서 가뭄 극복에 온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때에 농민들의 시름과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지각없는 처신들이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가뭄 비상속에 안성시의 과장과 면장 등 11명의 공직자들이 집단 휴가를 내고 중국관광을 다녀왔는가 하면 농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대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인근 골프장에는 평일에도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 줄지어 찾아 희희낙락 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이 가뭄대책을 세우고 현장지휘해야할 자치단체장들이 외유중에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현재 외유중인 도내 자치단체장은 임창열지사를 비롯 김영희 남양주시장·백재현 광명시장·신중대 안양시장·김선흥 강화군수 등 5명이다. 이들의 외유 사유는 외자유치를 제외하고는 효과도 뚜렷하지 않은 자매결연 도시와의 우호협력증진 방안 논의 또는 산업박람회 참관 등으로 그렇게 시급한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의 위급상황을 팽개치고 한가롭게 해외 나들이를 하고 있으니 지역의 살림을 맡은 단체장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석달 넘게 계속되는 가뭄에도 경기지역은 모내기를 99% 끝냈다고 하나 앞으로 보름 정도 더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낸 논도 갈아 엎어야할 판이다. 채소 고추 마늘 과수 등 밭작물은 이미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와 공업용수도 걱정이다. 기상청은 이달 하순경이나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앞으로 보름정도가 최대 고비인 셈이다. 그동안 학생 군인 공무원들이 총동원돼 가뭄극복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금까지 뭘했나를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덜 기계화했던 70년대에도 지하수맥을 발굴하고 양수기와 긴 호스를 써서 모진 가뭄을 극복하고 풍년을 일구어낸 자랑스런 경험을 갖고 있다. 모두들 농촌돕기에 나서 가뭄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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