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참전용사의 ’국경 초월한 사랑’

6·25 격전속에서 자신들이 세운 학교를 위해 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는 미 참전용사들이 있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6.25당시 미군으로 참전했던 미 보병 40사단 피터 그래빗 소장(Peter J. Gravett)을 비롯한 24명의 미군 참전용사들은 지난 13일 가평종고(교장 박재근) 희망탑에서 6.25당시 산화한 전우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을 가졌다.

추모식을 마친 참전용사들은 학교를 둘러본 뒤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미화 1천500달러를 박 교장에게 전달했다.

가평종합고등학교는 지난 1952년 당시 한국전에 참여했던 미 보병 40사단(당시 사단장 크릴랜드 소장)에 의해 탄생했다.

전쟁의 폐허속에서도 10여평 남짓한 천막안에서 학문에 전념하고 있던 젊은 학도들에 감명받은 크릴랜드 소장이 미군들로부터 2만달러라는 거금을 모아 학교를 건립했던 것이다.

당시 학교 건립은 크릴랜드 소장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은 이마을 주민들이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교실 10개를 갖춘 정식학교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개교 이후 이 학교는 40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전 최초 사상자인 카이저 상사의 이름을 따 가이저중고교로 30여년간 불려왔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분리되면서 현재의 학교명으로 변경됐다.

특히 이 학교를 세우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크릴랜드 소장이 지난 75년 숨지면서 자신의 연금 중 일부를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지원한다는 유언에 따라 크릴랜드 소장 부인은 매년 학교 졸업식과 6·25 전쟁 기념일을 전후해 학교를 방문, 4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박 교장은 “자국의 학생도 아닌 남의 나라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세워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연금까지 지원해 주라는 크릴랜드 소장의 정신은 범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미 참전용사들이 보여준 봉사정신은 국경을 초월한 위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가평=고창수기자 cskho@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