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희씨의 죽음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씨의 죽음을 각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굳이 그래야할 이유가 없고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언급하는 것은 고인의 빈소에 나타난 조문 정서의 객관적 사실에 비추어 문제의 세무조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줄이은 조문 정서를 의례적이라고 혹자는 의미를 축소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아 결코 단순히 의례적인 것 만은 아닌 깊은 그 무엇이 분명히 깔린 것으로 비친다.

고인은 생전에 남편이 부도덕한 사주로 매도되고 일가 친지들이 줄줄이 불려가 조사당한 것을 무척 괴로워 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대주주 일가, 지인등의 금융계좌를 전례없이 10년전까지 뒤져 사주에게만도 무려 469억원을 매긴 추징세금에 대해 논평할 입장은 아직 아니다. 안경희씨가 차마 감당키 어려운 주검을 스스로 택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렇다 하여 김병관 사주를 덮어놓고 두둔할 생각 또한 없다.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법원의 확정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 매도 역시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간 군중몰이식으로 동원된 비난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세무조사의 전통적 관례를 깨가며 기정사실처럼 발표된 경위와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시각과 견해를 같이한다. 언론개혁은 순수해야 한다. 정부 소유 구조의 언론은 놔둔채 듣기싫은 소리 하는 언론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결코 순수하다 할 수 없다.

사건은 앞으로 기소하는데도 적잖은 시일이 요할 것 같다. 법원의 확정판결 결과가 주목되지만 이는 더욱 많은 시일이 걸린다. 언론이 권력에 의해 몰매를 맞은만큼 과연 부도덕 한지, 아니면 언론에 난도질을 한 권력이 부도덕한가가 판가름 나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 답답하고 당장 맞은 몰매는 너무 아프다. 고인은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한국 언론사에 비정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지가 중앙지 사주 부인의 죽음에 언급하는 것을 걸맞지 않게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의 큰 신문들이 타격받으면 지방지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것 같으나 당치 않다. 당치 않음을 빤히 알면서 하는 편가르기 책동이다. 작금의 일부 언론이 이에 편승하는 것은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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