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은 지난 5월에 임진강 중·하류와 북한강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북측의 임진강(내평·장안)댐과 금강산(임남)댐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완공된 금강산댐 저수량은 9억t으로 화천댐의 6배 규모다. 45㎞의 지하수로를 통해 물을 동해지역 일원에 공급하면서 발전소를 돌리고 난 물은 동해로 빼내는 것이 금강산댐의 기능이다.
그러나 남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북한강의 화천댐 유입량이 초당 40t에서 7.6t까지 감소된 때가 있었을 만큼 심각하다. 북한강의 건천화 현상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북측은 이로도 모자라 임진강댐으로 안변청년발전소를 돌린 물을 역시 동해로 방류하는 지하수로 터널 52.8㎞를 건설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임진강댐의 저수량은 2천770만t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류수를 동해로 빼는데 있다. 댐 인근의 광범위한 지역에 농업 및 생활용수로 공급하고 또 발전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능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댐물을 굳이 동해로 빼돌리는 것은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다. 전례없이 바닥을 드러낸 적이 있는 임진강은 앞으로 북측의 터널수로가 완공되고 나면 물구경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갈수기에는 북측이 수문을 꼭꼭 닫아 임진강이 메마르고 우수기에는 수문을 활짝 열어 홍수가 날 게 뻔하다. 사정은 북한강도 마찬가지다. 이를 모르지 않을 북측이 남한의 치명적 생태계 파괴를 왜 서슴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임진강이나 북한강의 하류지역이 자기네 땅 같으면 감히 그같은 자연파괴를 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진강 및 북한강 하류는 한반도의 중핵지대다.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지 기능을 삭감하려는 상대적 의도 또한 있어 보인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이 물부족이다. 수도권은 그렇지 않아도 물부족 현상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모자란 판에 이대로 가면 오는 2011년엔 수도권의 물 부족량이 11.2억t의 당초 예상보다 약 두배나 되는 21.7억t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하류지역은 어떻든 말든 상관치 않고 강물을 제멋대로 빼돌리는 반자연행위는 지리적 이점을 악용한 폭력행위다.
일찍이 이런 사례를 그 어디에서도 보거나 듣지못한 전대미문의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한심한 것은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는 이 정부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강력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노릇인지 꿀먹은 뭣처럼 입을 다물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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