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일과를 보면 시장·군수인지 친목단체장인지 구분이 어렵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시장·군수의 민선을 계속해야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시장·군수들은 주민들과의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종 단체의 야유회 배웅 및 야외교육장 방문, 약수터 배드민턴 동호회원들과의 해장국 아침 식사 등이 행정수행에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사자들로서야 마음이 조급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안업무를 팽개치고 표심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밖으로만 도는 현상은 지나친 것이다.
7월중 경기도에 보고된 기초자치단체장의 주요 일정을 보면 크고 작은 기념식과 간담회, 각종 행사 참여, 특강, 격려 등의 행사가 유난히 많다. 이같은 일정 가운데는 시장·군수가 꼭 챙겨야 할 사안도 있지만 대부분은 ‘표밭관리를 위한 행보’라는데 문제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외부활동에 치중하다보니 시정·군정의 결재가 늦어져 행정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결재를 대부분 오후에 하거나 공식적인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로 미뤄 각종 민원처리와 사업 집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결재할 시간이 부족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임기말을 앞두고 ‘눈치 행정’을 펼치는 사례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법률적인 하자가 전혀 없고 교통영향평가심의와 건축심의까지 통과했는데도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자 건축허가서를 반려하는가 하면 추진중인 공공건물 신축 이전을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도 그렇다. 차기출마를 포기한 일부 시장·군수가 현안사업 추진에는 아랑곳없이 ‘배짱 행정 을’펼치는 행위도 지탄을 면키 어렵다. 이런 인사에게 행정을 왜 맡겼는가 하는 자괴를 금할 수 없을 지경이다. 경인지역은 아니지만 관내 기업의 파업과 가뭄 등 현안문제가 산적했는데 외국에까지 나가서 스포츠경기를 관람하고 아예 휴가까지 즐긴 시장이 있다고 하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소신과 원칙에 따라 지방행정을 처리해야할 시장·군수들이 주민들의 눈치나 보며 일손을 놓고 표만 의식하고 있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눈치 행정’‘배짱 행정’등이 결국은 자승자박하는 오랏줄이 되고 덫이 된다는 사실을 왜 자각하지 못하는지 심히 안타깝다. 차기 지방선거의 재출마, 불출마를 막론하고 책임행정 수행을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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