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은 엄정해야 한다

사정(司正)바람이 지방에까지 불면서 지방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으면서도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이권부서 공무원 상당수가 휴가를 뒤로 미룬채 사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부패방지법 서명식에서 국가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비리와 부정을 척결할 뿐만 아니라 부패가 서식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겠다는 고강도 사정방침을 밝혔으니 공직자들이 자세를 낮추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사정을 통해 부정 부패를 뿌리뽑고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는 방침을 반대할 이유나 명분은 없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부패지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온갖 부정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판이니 사정작업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레임 덕’현상 방지 등 단순히 정권적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 정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정말 사정할 곳이 어딘가를 제대로 파악한 상황인식 아래 수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정 때마다 공직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번에도 만만한 공무원만 잡는거냐’는 냉소 분위기가 다시 팽배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정 본래의 목적이나 실질적 성과를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예에서 보듯 공직자들이 아무일도 하지않고 눈치나 보는 복지부동의 양태만 확산시킬 수 있다. 이번 사정에서도 이같은 조짐들이 이미 공직사회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당수

공직자들이 잔뜩 몸을 움츠린채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통령이 ‘이제 권력형비리는 척결됐고 나머지 비리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한 언급에 대해 일선 공직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정의 목적이 일부의 분석처럼 ‘국면 전환용’또는 ‘통치권 조기 누수 차단용’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 여야간에 편파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특히 여권 핵심부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엄격한 사정을 해햐 할 것이다. 지난날에도 그랬듯이 자칫하다간 정치적 목적의 사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정 자체가 불신받는 역효과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정은 상시적,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엄정한 기준과 형평성 있는 처리로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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