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주먹구구식 사업

시·군의 신규 투자사업은 도의 심사에서 최대한 원안을 살려주는 것이 지방자치에 합당하다는게 본란의 생각이긴 하다. 이런데도 경기도가 무더기로 반려한 사실을 비난 할 수 없는 것은 이유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2001년 상반기 시·군사업으로 6천529억원이 신규 투자되는 65건의 심사대상 가운데 무려 49.3%에 해당하는 28개사업(3천219억원)이 계획결함 및 재정운용의 방만성으로 인해 반려됐다. 승인된 사업도 적정판정은 겨우 10개사업(804억원)일뿐, 27개사업(2천506억원)은 조건부 승인인 것으로 미루어 아직도 주먹구구식 양상을 면치 못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같은 조건부 승인은 국비지원 등 재원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작부터 해놓고 보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려된 사업 역시 재원대책이 지극히 희박한 가운데 타당성마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이 있는가 하면,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선행절차 미이행, 심지어는 의회의결 사항을 집행부 단독으로 추진하는 등 주요 결함사항이 숱하게 드러났다. 예컨대 양주군의 신암∼봉암간 도로 확·포장공사 및 여성회관 건립, 구리시의 인창동 도로개설 등, 파주시의 민북지역 관광지 개발 등, 남양주시의 장애인 복지회관 건립, 고양시의 백석∼자유로간 도로개설 등, 여주군의 근린공원 조성공사, 오산시의 비위생매립지 정비사업 등, 의왕시의 백운산 진입로 확·포장공사, 하남시의 사진·미술관 건립 등, 화성시의 쌍송∼청원간 도로 확·포장 등, 광명시의 공설 납골당 건립, 용인시의 백암도시계획도로, 부천시의 수주도서관 건립 등이 대개 이런 유형이다.

대부분의 시·군은 지방채 과다 등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덮어놓고 좋은 사업을 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무시한 사업은 재정의 낭비에 가깝다. 효과성과 재원에 대한 분석이나 대책없이 즉흥적으로 착수하는 사업은 전시성 사업이다. 이런 폐단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이미 수없이 지적돼 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가 상부기관 등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건강한 자치면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잘해야 한다. 실속없이 떠벌이만 하는 지방자치 보다는 내실있는 지방자치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참다운 자치행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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