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학익동 ㈜동양제철화학(구 동양화학)이 지난 68년부터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던 폐석회를 공장부지 내 유수지에 법정 매립시설을 설치, 매립한 후 공원화하겠다고 나서 새로운 지역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안은 환경·시민단체와 인천시·시의회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지난 10여년간 제시됐던 폐석회 처리방안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최대공약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연수연대회의 등 일부 인천시민단체들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공원화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편집자주
◇폐석회와 양
동양제철화학이 지난 68년부터 30여년간 침전지 주변 13만평 부지에 쌓아 놓고 있는 폐석회는 310만t으로 매립지 반입료와 운반비만도 3천100여억원의 처리비용이 소요된다.
매년 12만t씩 발생하는 폐석회는 80여만평의 동양화학 부지 전체를 잠식할 판이다.
폐석회는 석회석과 소금을 반입시켜 유리와 세제 등의 원료인 소다회를 얻고난 찌꺼기다.
토목공학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경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폐기물이다.
동양제철화학측은 폐석회가 식물에 필요한 양이온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성장에 도움을 준다며 나트륨이온에 의해 염해를 차단할 수 있어 산성토양을 중성화 시킨다는 분석자료도 내놓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폐석회가 강알카리성을 지니고 있어 식물에 치명적인 황화현상을 일으킨다는 반박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
또 지난 98년 인천시 공영개발사업단의 용역연구 결과 해안매립재로 사용할 경우 중금속용출과 함께 화학적 산소요구량도 급격히 상승해 해양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왔다.
◇해결노력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특정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94년)로 변경됐고, 97년부터 공유수면 매립지 성토재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법제화 돼 있다.
그러나 농용석회 비료·보도블록·벽돌·시멘트원료 및 첨가제 개발 등 재활용 노력은 경제성 문제 등으로 중단돼 있다.
또 해안매립 성토재나 매립시설 복토재로 재활용하는 노력도 현장여건이나 유해성 논란 등으로 전국 어디서도 수요처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 폐기물은 인천지역을 벗어날 수 없게 된 셈이다.
◇공동협의회 연구결과
환경운동연합·가톨릭환경연대·인천경실련·인천시의회·남구의회·인천시·인하대·인천발전연구원·동양제철화학 등은 ‘폐석회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를 구성해 문제해결을 시도해 왔다.
이들은 ‘폐석회를 이용한 매립성토재의 개발과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평가’연구를 지난 2월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석회와 일반토를 1대 4로 혼합하고 매립층 하부에 일반토층을 충분히 둘 경우 침출수로 인한 환경영향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물생장 측면에서 폐석회가 식물의 뿌리에 직접 닿지 않도록 일반토를 충분히 복토한 후 식재할 경우 식물생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이들은 최근 환경부 주관으로 처리대책을 논의한 결과 ‘자가매립시설 설치, 관내 매립지에 시범재활용 추진’등으로 30여년간 풀지못한 폐석회 문제를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측 주장
동양제철화학은 공동협의회의 연구결과에 힘입어 최근 발빠른 폐석회 처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인천시 주관의 ‘폐석회 처리를 위한 매립시설 관련 공청회’에 참여, 매립시설의 당위성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에는 인천 남구에 대해 유수지를 도시계획용도상 유원지 시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학익동 587-27 유수지 일대에 총사업비 163억원을 투입해 3만8천500평을 지하 6.5m, 지상 13.5m 총매립고 20m로 조성 198만t을 매립한 뒤, 나무를 심어 시민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선 내년 말까지 83만t을 1만6천여평의 유수지에 매립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회사측은 일본의 경우 32만t을 해안에 둑을 막아 자연침강 후 매립했고,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100만t과 50만t을 대형 침전지에 자연침강 후 매립했으며, 대만은 40만t을 탈수건조 후 석회비료로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측 주장
인천시는 동양제철화학이 도시계획상 유원지 시설인 유수지 3만8천500평에 매립시설을 설치한다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는 이를위해 유수지를 도시계획시설에서 일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환경부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시측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석회를 매립해 만들어지는 공원은 20년동안 공원으로 용도가 제한되는등 동양제철화학측에도 손실이 따르는 계획으로 회사측의 처리 노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반대
그러나 회사와 인접해 있는 연수구 동춘동 송도지역 주민과 상인,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연수구 시민단체 연대회의’(대표 김성진)는 “회사가 이윤만 추구하느라 30여년동안 방치한 폐석회를 처리하도록 시가 도시계획시설(공원)을 변경할 경우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상에서 13.5m 높이로 쌓아 올리면 주변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을뿐 아니라 그동안 사회에 이윤의 일부도 환원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던 동양제철화학이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단지 폐석회를 처리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회사와 시에 폐석회 유수지 매립 및 유수지 용도 변경 등의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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