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다. 반대로 공약이 선거의 전부는 아니다. 본보가 어제 보도한 자치단체장 공약 이행실태는 내년의 6·13지방선거에 시사해 주는 의미가 크다. 겨우 20∼30%, 그것도 주로 비예산사업 분야에 걸쳐 이행됐을 뿐이다. 선거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공약이란 으례 그런거라는 관념이 통념화 됐을 정도다. 이때문에 후보자의 공약사항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별로 있을 것같지 않으나 그래도 일별해 보는게 통상이긴 하다. 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주문은 허풍쟁이 후보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보다는 유권자가 허풍공약을 알아보는 의식이 앞서는게 더 중요하다.
우선 백화점의 상품 나열식 선거공약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저 듣기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공약은 선거공약일 수 없는 무책임한 소리다. 방대한 예산사업을 내거는 것 또한 십중팔구는 부도수표다. 심지어는 법규에 없거나 법규에 위배되는 선거공약을 표방하는 후보자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지방자치행정이 소임이다. 중앙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입법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재정이 풍족한 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제한된 이런 여건속에서나마 자치행정의 능률을 살리는 것은 단체장의 역량이다. 이에 관련한 주민생활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선거공약이 돼야 한다.
유의할 것은 되도록이면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는게 좋지만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무리한 예산사업을 선거공약이란 이유로 강행하려 드는 것은 독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공약은 유권자와의 포괄적 사항의 약속이지 개별적 사항의 약속은 아니다.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놔준다고 한다’는 말도 있고 ‘가장 적게 공약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라, 그가 가장 적게 실망시킬 것이다’라는 말도 있긴 있다. 하나, 공약이 선거의 한낱 장식품으로 더이상 필요악처럼 돼서는 안된다. 연륜에 비추어 이제는 지방자치를 좀더 성숙시킬 단계가 됐다. 단체장의 선거공약 또한 걸맞는 공약다운 공약이 나와야 한다. 내년의 6·13지방선거에서는 검증에 자신있는 좋은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 제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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