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과에 속하는 호랑이 중에도 한국호랑이는 색채가 영롱하고 자태가 특히 당당하다. 몸체가 약 180cm로 민첩하기가 짝이 없다. 먹이사냥을 위해 하루에 80㎞, 100㎞의 산야를 누비는가 하면 배가 부를땐 온종일 자며 푹 쉬기도 한다. 호환을 두려워 했을만큼 무서워 하면서도 풍수설이나 민화, 고담등에 많이 등장할 정도로 인간과 가까운 존재였다. 남한에서는 1922년 경북 경산군 대덕산에서, 북한에서는 1946년 평북 초산군에서 포획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오래전의 일이다. 광주(光州) 사직공원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다. 어느 중앙지는 사회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는데 경쟁지는 완전히 낙종했다. 낙종한 신문사 현지 기자는 보도가 하루 늦는 열차송고를 한 반면에 특종한 현지 기자는 당일 보도되는 전송을 했던 것이다. ‘호랑이 새끼가 그토록 소중한 것을 미처 모른 무지의 소치로…’라는 낙종기자의 시말서 서두는 한동안 두고두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엔 대구 MBC가 경북 청송에서 자동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근거로 호랑이 보도를 했다. 대구 MBC는 지난 2일 뉴스데스크 시간대에 본사 뉴스방영을 잘라내고 자체 제작한 ‘한국호랑이 살아있다’를 20분간 내보냈다. 이번 역시 종종 살쾡이를 호랑이로 착각했던 것처럼, 그런게 아니냐는 진위논란 끝에 환경부는 ‘사진이 불분명해 정확히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긴하나 호랑이로 보기는 어렵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만약에 남한지역 산야 어디서든 진짜로 야생호랑이가 나왔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온 세계 동물학계가 발칵 뒤집힐 만큼 빅뉴스가 된다. 야생호랑이가 이처럼 소중한 존재가 된 가운데 알마전에 묘향산서 호랑이가 발견됐다는 북측 소식이 있었으나 역시 확실치 않다. 만약에 있다면 한국호랑이의 본산이라 할 장백산맥에 있을 것이나 그곳에서도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호랑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곰이라 할 반달곰도 멸종돼 가고 있다. 야생동물을 보호할줄 모르는 몹쓸 인간들의 남획 탓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은 사육곰에게 야생능력을 키워 산에 풀어주었다. 한반도 산야에서 한국호랑이는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것인지 심히 안타깝다. 이러다간 언젠가는 동물원 호랑이를 풀어주자는 말이 안나올지 모르겠다.
/白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