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실험정신으로 구상적인 표현에서 추상의 세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한국 화단의 거목, 故 운보 김기창 화백의 특별기획전이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의정부 예술의 전당 전시장에서 열린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과 운보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70여점의 작품이 선보여지는 등 운보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타계한 故 김기창 화백은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 그렸고 특유의 막힘없는 대담한 필치로 걸작을 만든 한국 근대 미술사의 거목이다.
특히 일곱살때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신경이 마비돼 후천성 장애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이당 김은호 화백의 문하에 입문, 그 고통을 딛고 우뚝 선 의지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타고난 예술혼과 창작열을 바탕으로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우며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그는 6·25 피난중엔 복덕방 시리즈, 한국인의 모습으로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예수의 생애’성화 연작을 2년에 걸쳐 제작했다. 또한 전통 한국화의 평면구성에서 탈피해 입체 구성의 ‘노점’ ‘구멍가게’등 대표작을 제작, 입체파 선두로 나섰다.
또 야생마의 움직임이 격정적 구도로 나타나는 대작 ‘군마도’와 전통 가면극을 작품화한 ‘탈춤’등 춤 연작으로 힘찬 운필을 구사했으며 나아가 완전 추상인 ‘문자도’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천여 마리의 참새떼가 양편에서 날아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담은 대작 ‘군작’은 운보의 표현적 특징과 스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70년대의 ‘청록산수’, 민화풍 산수화인 ‘바보산수’, 해학성이 돋보이는 ‘장생도’를 비롯해 화조, 인물, 초상화, 동물화 등 헤아릴 수 없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으며 말년에는 대걸레 작업인 ‘심상’연작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농아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낙후된 국내 농아복지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농아복지회를 국제농아연맹에 가입시켰다. 또 80년대 중반 충북 청원군에 ‘운보의 집’을 설립, 농아들에게 도자기 기술을 가르쳐 자립기반을 닦도록 하는 등 청각 장애인의 권익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편 이번 특별기획전에선 한정 제작한 판화와 운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만든 다양한 기념품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며 경로 우대자와 장애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문의 828-5841∼2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