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은 불가하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아니라면 문제가 다르다. 반대로 아프간이 초강대국이라면 역시 또 다르다. 그러나 세계가 다 알다시피 아프간은 미국의 전쟁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부시 미국대통령은 대 아프간 정규 전쟁을 다짐하며 승리를 외친다. 난센스다. 서방진영에 테러보복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와의 관계를 평가할 것”이라며 경고투로 나오기까지 한다. 오만이다.

미국 주도하의 평화정책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왜곡이다. 독일등 여러 나라는 전투병 파견에 신중론으로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도 ‘미국이 무제한의 자유재량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의 유럽지도자들은 부시가 밝힌 ‘전쟁’이란 말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테러응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지 핵무기 사용까지 들먹이는 미국과 함께 전쟁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도 뉴욕타임스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성급한 전쟁’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CNN방송 조사결과는 당초 92%에 달했던 미 국민의 전쟁 지지여론이 6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언론은 미국의 무력행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 회교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다른 나라와의 공고한 반 테러전선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34개에 이르러 해외에서 활동중이라고 공표했다. 서방국가의 미국 지원은 ‘악마의 화요일’대참사를 일으킨 테러 관련자를 비롯, 테러 조직망을 색출하는데 있지 전쟁은 아닌 것이다. 더욱이 1차 공격 목표인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가운데 벌이는 무차별 공격은 심히 위험한 사태를 유발할 수가 있다. 부시는 공연한 강경론에 치우쳤을뿐 막상 자국안보에 허점을 드러낸 자신의 무능을 서방진영을 끌어들이는 전쟁 확대로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간을 응징하겠다면 어디까지나 당사자간의 전쟁이어야 한다.

국내 정치권이 파병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 초유의 대참사에 깊은 애도와 함께 테러의 응징을 지원하는 것과 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파병은 별개의 문제다. 정 불가피 하면 걸프전때 수준의 비전투원 지원은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투병 파병은 절대로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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