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으로 얼룩진 전국체전

어제 충남 천안서 폐막된 제82회 전국체육대회는 사상 초유의 ‘치욕대회’로 얼룩졌다. 대한체육회는 오죽했으면 경기, 서울 등 7개시·도 총감독들이 폐회식을 거부했는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전국체전은 한국 체육의 요람이다. 일제시대에는 항일의식의 발상지였다. 6·25 한국전쟁의 포화속에서도 명맥을 이었던 유서깊은 민족의 제전이다. 이같은 전통을 계승, 당당한 스포츠 정신으로 현대사회의 병폐인 지역감정을 해소하여 단합을 도모해야 할 전국체육대회가 대한체육회의 치졸한 처사로 단합을 해치는 전례없는 오점을 남겼다. 개최지 무상점수의 프리미엄을 단체종목에서 개인종목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역시 스포츠맨십으로는 불가하나 개최지의 노고, 체육 열세지역의 사기 앙양책으로 굳이 인색하고자 할만큼 협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최지 우승을 거들기 위한 경기진행의 불공정, 판정왜곡이 해도 심한데 대해서는 한국체육의 미래를

위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어쩌다가 이같은 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말을 듣게 됐는지 실로 걱정된다.

예컨대 개최지 선수의 현저한 실격 요건은 눈감은채 우승으로 돌리고, 떳떳이 우승한 선수는 종합우승을 저지할 특정지역 소속이어서 억지 실격시킨 판정기준이 무엇이었던가를 묻고자 한다. 산하 가맹단체에서 한 일이므로 대한체육회는 몰랐다고 해서는 안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불공정행위 규탄, 판정시비가 많았던 사실을 대한체육회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에 돌아가는 사실을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경기도 선수단이 6연패 목표를 이루지 못해 이런 고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달성한 5연패의 위업만으로도 경기체육의 자긍심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마저 이 모양이라면 국내 체육이 오염돼 오점으로 점철될 것을 심히 우려해 지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체육인은 비겁한 승리보단 당당한 패배가 더 값진 것으로 아는 스포츠정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줄로 믿는다.

경기도선수단은 악전고투 끝에 비록 3위에 머물긴 했으나 사실상 우승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귀환하는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지역사회가 보내야 할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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