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책임

중국의 ‘열녀전’이 전하는 맹자 어머니의 맹모삼천지교는 유명한 고사다. 공동묘지 부근에서 살다보니 어린 아들이 곡성 흉내만 내어 저잣거리로 집을 옮겼더니 이번에는 물건 흥정하는 흉내만 내어, 다시 서당부근으로 이사한 뒤로는 비로소 글읽는 흉내를 내어 마음을 놓았다는 이야기다. 맹모단기(孟母斷機)의 고사가 또 있다. 맹자가 유학을 떠나

공부하다가 공부가 힘드는데다가 고생하는 홀어머니가 보고 싶어 어머니의 생계를 도울 생각으로 집에 돌아갔다. 마침 베틀에서 무명베를 짜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듣곤 아무말 없이 가위로 베틀의 날을 다 베어버렸다. 깜짝 놀라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네가 공부를 폐하는 것은 어미가 베 날을 끊는 것과 같다”고 꾸짖어 다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일깨운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조선시대의 명필 한석봉의 고사가 있다. 그가 어린 시절에 학업도중에 집에 돌아가자 떡장수인 어머니가 밤에 호롱불을 끈채 아들은 붓글씨를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썰었다. 이윽고 불을 켜고 보니 어머니가 썬 떡은 반듯반듯 하여 한결같이 똑같은데 아들이 쓴 붓글씨는 이리저리 비틀거린게 영 엉망이었다. 역시 아들의 부족함을 일깨워 다시 학업에 분발케 함으로써 대명필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양뿐만이 아니고 서구사회에서도 어머니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링컨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다녔으면서 27세에 변호사가 돼 나중에 대통령까지 할 수 있도록 어린 그를 이끌어 준 것은 가난한 목수아버지의 아내인 계모였다. ‘자녀는 어머니의 거울’이란 서양속담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다 하여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성세대를 불신하는 것이다. 매우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른들 잘못이다. 기성사회와 가정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이나 청소년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존경하지 않는 것을 탓하기 전에 과연 존경받을 일을 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만약 양친 가정에서 어머니의 노력에도 보람이 적거나 없었다면 이는 또 아버지의 잘못이다. 누구에게나 인간은 흠이 없을 수 없고 다 위인의 어머니같을 수는 없다. 그렇긴 하나 가정과 사회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나름대로 꿈을 심어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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