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예상생산량이 3천822만섬으로 조사돼 1990년 이후 최대 풍작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농림부가 10월10일 기준 전국 4천500개 표본필지를 대상으로 쌀 생산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 해의 3천674만섬에 비해 148만섬이 더 늘어난 것이다.
올해 쌀 예상생산량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우선 기상여건이 좋았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완전치 못한 농업정책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밤낮없이 피땀 흘려 일한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수확량 증가로 인해 정부 당국과 농협 등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쌀시장 안정에는 그만큼 더 부담이 늘어난 것이어서 쌀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올해 쌀 수매매입량을 당초 목표보다 훨씬 늘려야 하는 추가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특히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사일로 저장능력 태부족으로 인해 미질이 저하될 위기에 처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이 거의 비슷한 형편이지만 경기도의 경우 저장능력이 크게 부족해 수매한 벼 및 재고물량을 옥외에 비닐만 덮어놓은채 야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농협 산하 미곡종합처리장에 따르면 도내 29개 농협 RPC의 사일로 저장능력은 5만5천∼6만t인데 반해 올해 벼 수매량은 이보다 2배가량 많은 12만t이어서 사일로 저장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내 대부분의 농협 RPC들은 수매 때만 되면 수매한 벼를 사일로를 통해 건조한 뒤 포대에 담아 옥외에 쌓아놓고 0.5㎜ 비닐만 덮고 그 위에 차광막을 덮는 일을 해마다 되풀이 해 왔는데 올해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한 예로 팔탄농협 RPC는 수매계획물량이 4천t인데 사일로 저장능력 2천100t, 양곡창고 저장능력 400t으로 총 저장능력이 2천500t에 불과해 나머지는 옥외에 방치해 둬야 할 형편이다. 실정이 이러한데 정부가 농업인들과 농협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한다면 이는 결국 농민들에게 갈등만 증폭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농협 RPC가 정부양곡정책을 대행하여야 한다면 그 손실은 마땅히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처럼 미곡의 저장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은 비단 경기도뿐만이 아닐 것이다. 벼농사가 풍년이 들어 걱정되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벼 물량이 넘친다 하여도 농민이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수확한 벼를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벼 추가매입과 함께 증수한 벼를 온전히 보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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