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대통령의 테러 보복전이 예상대로 우려스런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프간을 한달째 맹폭, 3천여발의 미사일을 쏘아댔으나 탈레반의 저항만 완강해 졌을뿐 아무 소득이 없다.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1천500여명의 무고한 민간인만 폭격으로 숨져갔다. 미 자국에 번진 탄저균 공격은 수사에 단서조차 잡지못해 공포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부시는 이제 B-52를 동원하는등 개전이래 최대의 공습강도를 높여 구겨진 체면 만회를 시도하려 든다. 특수부대 투입마저 정보부재로 실패하고 폭격도 신통치 않아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 전면전을 펴기위한 정지작업으로 공습강도를 높이려는게 그의 의도다. 그러나 섭씨 영하 40도의 살인적 추위가 예사인 겨울철을 앞두고 지상군 공격도 한계가 없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 자국내의 반전 여론이 점점 세를 형성하고 있어 부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도 야당은 물론이고 노동당 안에서까지 반전론에 부딪혔다. 미국의 오폭으로 아프간 사원, 병원, 민가등을 박살내곤 한 차마 눈뜨고 못볼 참화의 빈발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9·11테러에 대한 응징책 강구는 마땅하나 지금같은 보복전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은 지금도 늦지않다. 미국은 2차테러가 있을것에 대비하는 가운데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핵테러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복은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들일 수 있는 현실이 두렵다. 미국이 진실로 세계평화를 원한다면 자국의 패권주의, 그리고 부시의 오기에 겸허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는 반드시 그같은 패권주의나 오기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중동정책의 균형화 전환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과제다. 미국에 반대하면 모두가 적이라는 부시의 오만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다.
9·11테러는 분명 만행이긴 하나 그 또한 부시의 오만을 화근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약소국이라 하여도 짓밟히면 강대국에 꿈틀대어 타격을 가할 수가 있다. 평화를 전쟁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졸렬하다. 평화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구해야 진정한 평화가 이룩된다. 미국의 대 아프간전은 미국의 전쟁이다. 베트남전과 유사하게 변질될 것을 거듭 우려한다. 미국의 ‘워 게임’으로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합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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