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적절한 시기에 현명한 결단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정상 하산 길에서 당 총재직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믿어왔다. 또 대권 예비후보와 맞물린 당의 내분사태를 자생적으로 수습하는 것도 대통령이 당무 일선에서 손을 떼는게 가장 현명한 방안인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 선출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명예총재 추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전당대회는 그 시기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대권 예비후보들간에 말이 많았다. 하지만 당대표와 원내총무를 제외한 모든 당직이 비어있는 마당에 지도부 구성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당내 각 계파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총재직 사퇴는 한편 당을 위한 마지막 옥쇄의 뜻이 담긴 충정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 뜻을 십이분 헤아려야 할 것으로 믿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권 레이스에서의 탈락자 이탈이다. 개인탈당, 집단탈당, 분당 등으로 예견할 수가 있다. 얼마 동안은 꽤나 시끄러운 당내 진통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이에 간여할 입장이 아니나 진실로 당을 염려하여 목소리를 높여왔다면 결정이 무엇이든 당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위한 당인의 모습이라고 판단한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일면 정치적 보호장치를 포기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임기말에 오히려 정파를 떠나 초연한 입장에서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경제난 타개와 함께 내년에 있을 월드컵축구대회, 부산 아시안게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 주요 국가행사를 비롯한 국정운영에 전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하고자 한다. 총재직 사퇴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박지원 수석의 사임이다. 아울러 오늘 있을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거취표명이 주목된다. 우리는 권노갑씨 역시 정계를 은퇴함으로써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흠이 가지않는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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