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같은 재난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과 부주의한 틈을 노려 일어난다. 평소 방비와 점검만 제대로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률로 방화설비 정비·점검과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화재가 잦은 겨울철만 되면 방화캠페인도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고 주의를 태만히 해 재난위험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본보 취재팀이 도내 재래시장 소방실태를 살펴 본 결과 상당수의 소방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고정식 좌판, 노점상들로 막혀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시장 건물 비상구에도 화재 위험이 큰 물품 등을 쌓아 놓아 대형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시장은 각 상점들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전선이 뒤엉켜 있는등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소화기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데다 LP가스통이 수개씩 몰려 있기도 했다. 백화점 역시 비상구와 소화전에 상품을 쌓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가 하면 농업용 및 주거용 비닐하우스도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도내 7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2천422개의 비닐하우스에는 소화기 등 방화장비나 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최근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찜질방 고시원 전화방 산후조리원 등 신종 다중업소들이 개별법상 규제근거도 없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도 소방재난본부가 얼마전 신종 다중업소 494곳 중 137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28%(39곳)가 비상구 설치미비·피난통로 협소·가연성 내장재 사용 등 화재예방 및 소방취약업소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들 신종 다중업소들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행정기관에 등록 및 신고를 할 필요도 없고 시설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행정기관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재난위험을 막기 위한 규제법이 시급하다.
바야흐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추워지는 날씨로 연중 화기와 전기를 가장 많이 쓰고 연말연시의 흥청거림마저 겹쳐 방심이 또다른 재난을 불러오기 쉬운 때이다. 화재를 당하고 나서 발구르며 후회할 것이 아니라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차려 부끄러운 인재를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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