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나라

고양시 일산의 A고교.지난해부터 주위 11개 학교와 공동 사용하겠다며 다목적 강당 신축 비용의 지원을 경기도교육청과 시에 반반씩 요청했으나 양측이 먼저 예산을 받아오라며 떠넘기는 바람에 2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 B고교.

붙어있는 중학교 강당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으나 눈치보기 싫다며 며칠전 친구인 현역 중진급 국회의원을 동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10억원의 특별교부금을 받아냈다.

인근 C고교 역시 정상적 방법으로는 강당 신축비용을 마련키 어렵자 지난해 말 중앙정부에 줄을 대 장관으로부터 거액의 특별교부금을 받아냈다.

돈을 달라는 학교는 많고 예산은 한정돼 있어 시와 도교육청이 술수를 부리는 사이에 꾀가 많고 눈치 빠른 교장은 연줄을 이용,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은 경중 완급에 따라 형평성 있게 투입돼야 한다.

그래서 나라 예산은 국회에서, 지자체 예산은 관할 지방의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확정하고 있는 것이다.

B와 C고교 교장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한데 방도가 없었다”고 강변할테지만 반대 급부로 피해를 입는 학교가 있을 것이다.

반민주, 반의회적인 동시에 더 급한 곳에 쓰여져야 할 돈을 가로챈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A교장에게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실력자들이 정관계를 비롯한 각계에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의 자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A교장은 정상적인 절차 밟기만을 고집했다.

원칙적인 교육행정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어찌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후진국형 로비가 이같이 판을 치고 가장 효과적이라면 앞으로 교장 선발 기준은 영업능력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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