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의 제대로 하고 있나

정기국회가 종반을 치닫고 있다.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내년도 예산심의이다. 내년도 국가 살림규모를 결정한 세입과 지출에 관한 예산안의 심의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의 입법행위 중 가장 큰 기능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국회가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는 헌법에 규정된 법정 기일을 준수할 지 의문이다.

현행 헌법 54조에 의하면 국회는 회계년도 30일 개시 이전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 때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집행에 있어 차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법정기일의 준수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국회 스스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 의하면 국회는 오는 12월1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예산통과의 법정 기일인 12월1일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국회가 5일 동안 112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여 법정기일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국회는 매일 관련 상임위와 예산결산위원회를 개최하여 예산심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예산계수소위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도 문제로 인한 여야간의 공방은 별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

현재 국회의 관심은 예산심의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여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리더십 공백에 의하여 당내 세력간의 파워게임만 계속되고 있어 국회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국회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도 교원정년 연장, 검찰총장 국회출석문제 등과 정치적 문제에 집착하고 있어 예산심의는 뒷전인 양상이다.

국회가 스스로 헌법에 규정된 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다면 이는 국회 스스로 위법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예산심의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발전 계획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인데 겉핥기식으로 대충 심의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 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막판에 허둥대면서 정치적 타협에 의하여 일괄 처리되는 방식으로 심의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 야간국회를 열어서라도 예산심의를 하여야 된다. 법정기일은 반드시 지켜져야 되며, 동시에 국민의 편에서 낭비가 없는 예산이 되도록 철저한 심의를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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