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山은 숭배의 대상으로 신성시돼 왔다. 산악숭배의 숭산사상(崇山思想)은 산에는 반드시 신령이 있다고 믿는 일종의 원시신앙이었다. 중국의 오악(五嶽), 티베트의 카이라스산, 네팔의 히말라야, 그리스의 올림포스산, 바빌로니아의 에크르산, 유태인의 시나이산에 대한 신앙이 모두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산에 대한
애니미즘(animism)적인 경향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생활에 일부로 남아 있다. 그중에도 건국에 관한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발상과 건국이 산에서부터 비롯했음을 말해준다.
숭산사상은 산에 대한 신앙으로 전해져왔다. 백제때는 선사신기급산곡지신(先祀神祇及山谷之神)으로 숭앙하였고 신라때부터는 삼신산(三神山)·오악에 제사 지냈다. 삼신산은 봉래산(금강산)·방장산(지리산)·영주산(한라산)으로 정하였고, 오악은 토함산·계룡산·태백산·부악산·지리산을 칭하였다. 고려때는 사악신(四嶽神)으로 지리산·삼각산(북한산)·송악산·비백산을 정하여 제사 지냈다. 또 치악산·죽령산·주흘산·금성산·한라산·오관산·마니산·감악산·백두산 등에 제단을 만들고 나라의 제사를 지냈다.
조선조에 와서 오악은 금강산·묘향산· 백두산·지리산·삼각산으로 삼았다. 이러한 삼신산과 오악에 대한 자연 신제는 높은 곳, 즉 산에 제단을 마련하여 제사한 것만이 아니라 태양신에 접근하려고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오늘날 인류가 생존하는데 산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일컬어 온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데다 구릉성의 야산이 많기 때문에 예로부터 그 지역주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바다를 매립하여 지도모형이 바뀌듯이 무분별한 개발과 벌채, 오염 등으로 산지면적도 줄고 산의 환경이 위기에 처했다.이러한 때 유엔이 2002년을 ‘산의 해’로 정하고 지난 11일 뉴욕본부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진 것은 인류를 구원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인(仙人)의 ‘선(仙)’자에 사람과 산이 함께 있는 까닭은 의미가 심장하다. 2002년 새해 첫날 새벽 인근에 있는 산 정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일출을 맞이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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