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정당성은 그것이 공익을 추구하고 공정하게 행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안산경찰서에서 일어난 한 경찰관의 수사서류 위조사건은 경찰이 공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태를 드러낸 것이다. 엊그제 구속된 시흥경찰서 이모경사는 안산경찰서에 근무하던 97년 폭력 및 사기사건 4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처럼 수사서류를 위조한 후 서류 일체를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이 때문에 피의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으로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게 했다니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조사결과 이경사는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은 폭력·사기사건 등의 피해자 및 참고인의 소재불명을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상급부서의 감사지적과 질책이 두려워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한 민생사건 수사와 빈틈없는 내부관리를 해야 할 경찰에서 상식밖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모든 사건의 완벽한 수사와 철저한 처리를 경찰에 기대해 온 우리로서는 일종의 배신감과 함께 허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심한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얼마 전엔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 폭력반장의 음주운전 은폐를 위해 교통반장과 짜고 동료로 하여금 채혈케 하고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를 허위기재했다가 적발됐다. 또 시흥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의 한 경찰관은 교통사고 가해자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교통사고 처리와 관련된 이같은 비리는 최근에 드러난 것일뿐 그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난 9월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99년부터 올 6월까지 도내 교통사고 처리와 관련 접수된 이의제기 2천223건 중 이를 재조사한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경우가 127건(5.7%)이나 됐다. 상당수가 엉터리로 처리됐음을 알 수 있다.
경찰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며 수사를 담당하는 사회질서 유지자라는 점에서 일반공무원과는 달리 엄격한 기율에 따른 직무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경찰의 기강이 흐트러져 비리가 끊이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정말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공권력에 대한 반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찰이 치안의 파수꾼으로서 국민의 신뢰속에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체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경찰이 자기 내부질서 조차 확립못하고 어떻게 사회질서를 바로 잡겠는가. 경찰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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