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에 도내의 각종 건물들이 화재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심히 우려된다. 성남지역의 예를 들면 일부 대형 건물들이 화재탐지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LPG통을 방치하는 등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곳이 많다. 하지만 소형·가건물들은 특히 심하다. 이러한 건물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운동부 합숙소는 거의가 컨테이너 박스 등 가건물로 지어져 있거나 창고건물 등을 고쳐 사용하고 있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수원 Y고의 1층 창고형 건물 20여평의 야구부 합숙소는 내부에 식당이 함께 있는데도 간이 소화기 조차 비치돼 있지 않아 걱정이 크다. 2층 일반 가정집 형태로 지어진 B중학교 합숙소도 선수들이 숙식을 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으나 화재에 대비한 안전장비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초·중·고 운동부 합숙소들은 예산을 지원 받지 못해 자체적으로 세운 임시건물이 대부분인데 각종 난방기구를 사용하고 있으니 화마를 항상 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수원공고 축구부 합숙소 건물 1층 식당에서 누전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 2층 숙소에서 잠을 자던 선수들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다 큰 부상을 입는 등의 사고가 났었다. 합숙소로 사용하는 2층은 50여명의 축구부원들이 숙식을 하고 있는데도 폭 1m 정도의 출입구 외에는 비상탈출구가 전혀 없었다. 화재 당시 1층에서 올라오는 연기로 학생들이 대피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점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지 만일 학생들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도내의 사회복지시설도 화재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노인시설, 아동시설, 장애인생활시설, 정신요양시설, 부랑인·여성보호시설 등 127곳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불안전 시설이었다. 더구나 뇌성마비, 정신지체인 등이 생활하는 재활원시설이 소화기용량 불량, 비상계단 적치물 방치, 옥상 비상구 폐쇄 등으로 화재발생시 위험요인이 많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기거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더욱 큰 참사가 빚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설마 문화’에 너무 젖어 있다. 설마 설마 하다가 당한 재앙이 얼마나 많은가.
당국은 운동선수 합숙소에도 화재방지 설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교 운동부 합숙소에 필히 예산을 지원해 줘야 할 것이다. 투자를 하지 않고 수확만 얻으려는 계획은 언어도단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은 화재예방 및 진화를 위한 시설확충에 중점을 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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