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 면제를 동시에 노리던 한국 남자배구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세계남자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일정이 공교롭게 9월29일부터 10월14일까지로 겹치는 것과 관련, 두 대회 참가국인 한·중·일 협회에 “세계선수권에 대표팀 1진을 보내라”고 요구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가혹한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통보해온 것.
FIVB가 주장하는 1진이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에 참가한 12명이다.
FIVB는 지난달 25일 루벤 아코스타 회장 명의로 아시아배구연맹(AVC)에 보낸 공문에서 세계선수권 후원사들과의 약속임을 전제, “1진 12명 가운데 9명이 포함돼야 한다”고 못박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협회에 ▲선수단 항공료 부담 철회 ▲TV와 스폰서의 손해배상 책임 전가 ▲2진 참가불허 및 몰수패 ▲향후 국제대회 출전 정지등 각종 제재를 줄 수 있음을 밝혔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예기치 못한 FIVB의 단호한 자세에 황당해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FIVB의 요구대로 세계선수권에 1진을 보내면 그만이지만 아시안게임에는 선수들과 팀들 사이에 민감한 병역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당장 신진식(삼성화재)부터 군에 가야할 판이다.
세계선수권 예선에 출전했던 12명은 신진식 김세진 최태웅 석진욱 장병철 신선호 김상우(이상 삼성) 방신봉 이호(이상 현대캐피탈) 김경훈(상무) 이경수(한양대) 윤관열(대한항공).
현재 병역에서 자유로운 선수는 김세진 김상우 방신봉 이호 김경훈 등 5명에불과해 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서는 징집 대상자들인 나머지 7명 중 4명을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은 FIVB의 압력에 굴복, 1진을 파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영호 배구협회 부회장은 “아시안게임 개최국인 점 등 우리가 처한 상황을 FIVB에 적극적으로 알려 최대한의 양해를 얻을 생각”이라면서 “그러나 최악의 경우 세계선수권 불참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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