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감사부서의 과잉충성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 이천시 감사부서 담당자의 말이다.

28일은 경기도와 인천시, 일선 시·군 자치단체장의 공직자 재산공개가 실시된 날이었다.

그런데 이천시장을 비롯한 극소수 단체장의 재산은 지역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시 관계부서가 공개일 하루 전인 27일 오후 늦게까지 공개날짜를 지키지 않으면 신분상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자료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는 간다.

이 관계자는 시장 재산총액을 묻는 질문에 내심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우리도 피곤해진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일제히 배달된 조간신문에 이천시장의 재산공개란은 빈 공간으로 남았다.

시장에 대한 이 관계자의 충성(?)이 오히려 의구심만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부서는 주어진 감사업무의 위상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정립돼야 한다.

비록 조직의 수장인 시장의 인사영역에 포함된다 할 지라도 직원 개개인은 물론 시장에 대해서까지도 잘잘못을 지적하고 충언할 수 있는 조선시대 사간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윗사람 눈치만 보고 만에 하나 해가 되는 언행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진정 떳떳한 감사인(사간)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TV를 통해 안방에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에서는 종종 사간들이 임금께 석고대죄를 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왕권시대에도 목숨을 내걸고 왕에게 충언했던 사간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모습을 이천시에서도 한번쯤은 보길 바란다./이천=김동수기자 dskim@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