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에 바라는 것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채롭다. 이인제 대세론, 노무현 대안론의 2강이 엎치락 뒷치락 한다. 한화갑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고 노무현이 뜨면서 2강3약 구도를 이루고 있으나 아직은 초반 단계여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간의 경선 투표에서 가장 경이적인 현상은 광주에서 노무현이 1위를 차지한 사실이다. 터줏대감이라 할 한화합을 3위로 제치면서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에게 표를 모아준 것은 가히 대사건이다.

광주에 이어 오는 14일 있을 전남지역 경선투표를 더 두고 봐야 지역감정 해소차원 여부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어떻든 예상치 못한 이변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20일의 부산 등 영남지역 투표 역시 광주처럼 지역색을 탈피한 표가 비영남출신 후보에게 얼마나 많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장정은 4월21일 경기도에 이어 2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끝날 예정이므로 아직 멀었다. 경선은 일종의 당내 축제행사다. 이러한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경선후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다. 같은 당내 사람들끼리 갖는 토론이나 정견발표가 마치 다른 상대당 사람을 힐난하는 것처럼 가혹한 것은 당치않다. 경쟁 후보에 대한 비난이 능사가 아니다.

남을 비방하기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비전의 제시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의문을 갖는 것은 동지가 적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예감이다. 후보 중엔 동지인 경쟁 후보는 철저한 정적인 반면에 당외의 적대관계 인사와 오히려 밀접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이 있다. 경선을 통해 단합돼야 할 당이 경선으로 인해 분열의 조짐이 없지 않은 것은 정당정치의 퇴영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경선이후가 고비일 것 같다. 만약에 경선이후 탈락자 가운데 당을 이탈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은 모두에게 전도의 불행을 예고한다. 모처럼 선출된 대선후보를 지원할 생각은 없이 각개 약진으로 사분오열 하게 되면 정계개편의 함정에 빠져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다운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는 도량이 정말로 있다면 앞으로 남은 경선이나마 축제분위기로 치르는 일대 전환의 도덕적 용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그래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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