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그리고 검찰

이용호 특검법 개정안 표결처리가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오는 25일 법정시한으로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차정일 특검팀 또한 100여일의 강행군에 지친 탓인지 수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검찰인 점을 들어 특검 연장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듯 싶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특검이 못다한 일은 마땅히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어뤄져야 한다고 차정일 특별검사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섭섭한 점이 없지않다. 그간 특검팀 수사의 진전을 보는 것으로 살맛 나는 속시원함을 달랠 수 있었던 게 대체적인 사회정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검수사는 아태재단이 이용호게이트와 관련, 의혹 짙은 자금 흐름 추적의 막바지 단계에서 시한을 다 하게돼 앞으로의 검찰수사를 주목케 하고 있다.

특검팀이 처음 출발했을 땐 역시 수사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관측이 지배적 이었다. 그러나 차정일 특검팀은 그같은 예상을 뒤엎고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점조직처럼 지화화한 이용호게이트의 실세에 접근한 것은 특검수사의 완전개가다. 미진한 특검수사를 이송받는 검찰이 이제 큰 짐을 떠안게 된다. 특검수사 과정을 일일이 여기에 열거하는 중복은 굳이 필요없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검찰수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아태재단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다. 아태재단 자금 및 이수동씨 국정개입 의혹 등 권력 핵심부와 민감한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검찰 역시 고충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고충이 어떻든 다시는 부실수사 오명의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 검찰의 소명이다.

이명재 검찰총장 취임이후 검찰 내부에 오랜만에 활력의 기운이 도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 이같은 검찰 분위기의 쇄신이 탄력을 얻기 위해선 더는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초연한 검찰이 돼야 하며 아태재단 수사는 이의 시금석이 된다고 믿는다.

언제나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무한하다. 검찰 조직이 정치세력에 휘말려 검찰의 권위가 더이상 훼손되는 불행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국민의 소망이다. 검찰내부 역시 그러했음에도 과거 일부의 정치검사로 인해 조직이 힐난의 대상에 올랐던 것은 유감이다. 이제 시한을 다한 특검의 그간 노고를 거듭 치하하면서 검찰의 새로운 분발을 간곡히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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