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봉 한나라당 부총재가 “배가 흔들리면 쓸데없이 쥐새끼들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한 것은 실언치고는 ‘고약’하다. 술자리나 사석에서도 좀처럼 하기 어려운 표현인데 하물며 ‘강원도지사 후보 선출대회’라는 한나라당의 대규모 행사장에서 당당하게 한 말이니 용기가 대단하기는 하다.
‘쥐새끼’는 몹시 교활하고 잔 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욕되게 일컫는 말이다. ‘쥐’자가 들어가서 듣기 좋은 말은 별로 없다.‘쥐밑도 모르고 은서피(銀鼠皮)값을 친다(사리에 어두운 사람이 굳이 아는 체 하고 출반주함을 비웃어 하는 말)’, ‘쥐 밑 살 같다’, ‘쥐 소금 날으듯’, ‘쥐 소금 먹듯 한다’, ‘쥐코 조림 같다’, ‘쥐 포수(사소한 사물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등 모두 상대를 하찮게 보는 뜻이다.
합당하지 않은 일은 주착없이 경영한다는 ‘쥐구멍에 홍살문 세우겠다’거나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한다는 ‘쥐구멍으로 소 몰라고 한다’는 말도 그렇다. 또 아무 보잘것이 없다는 ‘쥐뿔같다’는 비아냥도 있다.
한나라당 비주류와 소장파 의원들을 하순봉 부총재가 도지사 후보 선출대회의 축사를 통해 이렇게 형편없는‘쥐새끼’로 비하시켰으니 졸지에 ‘쥐새끼’가 된 사람들이 발끈하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당의 단합을 호소했으나 앞뒤가 생략된 표현으로 진의가 잘못 전달돼 당원 동지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하부총재의 개인 성명이라는 것도 구차스럽다. 차라리 “ 어쩌다가 실언했다.용서를 바란다 ”했으면 좋았으련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는 표현은 마지 못해 고개숙이는 척 하는 것 같다. 이회창 총재가 “오해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하 부총재)본인 스스로 말했다”고 진화하고 있지만 하순봉 부총재는 말 한번 잘못했다가 당직에서 물러날 정풍(整風)대상이 되었으니 설화(舌禍)치고는 꽤 아플 게다. 그러나 저러나 하 부총재의 표현대로 배(한나라당)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른 당(黨)에 좋은 구경거리를 주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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