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딸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도 갈망하던 뿌리를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30년전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 노학자 노스 다코다(North Dakoda) 주립대학 명예교수인 라미(Arthur Lamey·72)박사가 농진청 방문으로 자신이 입양한 한국인 딸들에게 친어머니를 만나게 하는 선물을 선사했다.
라미박사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미박사는 농진청 식물환경연구소(현 농업과학기술원)에서 유엔개발회의(UNDP) 작물보호사업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천의 한 고아원에서 친자매인 두명의 소녀를 입양했고 5년만인 지난 75년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라미박사가 한국을 다시 찾게된 동기는 자신이 30년전 근무했던 농촌진흥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자신이 입양한 한국인 딸들에게 친어머니를 만나게해 주는 것.
지난 17일 라미박사 내외는 교사와 간호사로 훌륭하게 자란 한국인 두딸 린다(Linda·40), 로라씨(Laura·37)와 함께 27년만에 농진청 농업과학기술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린다씨 자매는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을 농진청 직원에게 털어놨고 이를 전해들은 작물보호부 지형진박사는 수소문 끝에 이들 자매의 부모 소재 파악에 주력, 6일만에 지난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혈육간 만남의 장이 이뤄졌다.
린다씨 자매는 린다박사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30여년만에 만난 거동이 불편한 친어머니 김모씨와 오빠 박모씨 등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위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들 모녀의 상봉을 지켜본 지 박사는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이었다”며 “건강하게 자란 딸들에게 어머니는 계속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라미박사도 “이번 방문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하게 자란 두딸에게 친어머니를 만나게 하는 선물도 안겨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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