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이솝의 우화에 이런 게 있다. 여우가 잘 익은 포도를 따먹기 위해 뛰어 올랐으나 높아 딸 수가 없었다. 여우는 마침내 돌아서면서 “이 포도는 시군!”하고 말했다.

흔히 제도를 탓한다. 제도가 좋아야 하는 건 물론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에도 허점이 있고 역기능이 있다.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운용의 묘는 최선이다. 그런데도 제도를 살리고자 하는 순기능엔 최선을 다 하지 않고 역기능의 허점만 일삼으면서 제도를 탓한다. 그리하여 제도를 고치지만 잘 되는 것은 또 아니다. 그 역시 문제가 있다. 멀쩡한 포도를 시다고 말한 여우처럼 제도를 나무라면서 법 고치기를 밥먹듯이 해댄다.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시책도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또 시기가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로 나가니까 예금이 빠져 부동산 투기가 설친다. 일본은 국내 금리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더 저금리다. 보통예금 금리가 연 0.02%에 불과하다. 이를 4월부터는 0.01%로 더 낮출 계획이다. 1억원 예금에 이자가 1만원꼴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사회는 그래도 은행저축을 생활화 한다. 이것이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그들의 저력이다. 은행의 수신 금리가 형편 없어도 예금한 돈을 빼내어 부동산 투기를 일삼지 않는 것이다. 이는 투기의 차액소득을 70%이상 세금으로 환수하는 철저한 추적조사의 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일본인들의 건전한 대체적 의식에 기인한다.

역시 이솝의 우화에 집쥐와 들쥐 이야기가 있다. 집쥐가 들쥐 집에 놀러 가서 보니 사는 게 형편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하루는 집쥐가 들쥐를 자기 집에 초대하였다. 집쥐 집엔 맛있는 음식이 푸짐했으므로 들쥐는 놀랐다. 그러나 음식을 먹으려니까 인적 소리가 자꾸 들려 깜짝깜짝 놀라곤 하여 영 불안했다. 견디다 못한 들쥐는 “변변치 않은 음식이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내 집이 좋다”면서 제 집으로 돌아갔다.

일본 사람들은 제로에 가까운 금리에도 조용하게 우리보다 잘 살고, 우리는 그보다 높은 금리에 시끄럽기만 하고 일본 사람들보다 못산다. 멀쩡한 포도를 두고 시다고 탓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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