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대로 안성시 삼죽면 율곡농장에서 발생한 돼지의사구제역이 4일 정밀 조사결과 구제역으로 최종 판명돼 비상이 걸렸다. 충북 진천에서도 유사한 사례의 축산농가 신고가 접수돼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 구제역은 2000년 3월 소에서 발생한 파주의 사례와는 달리 돼지에서 발견돼 더욱 긴장케 한다. 돼지는 소보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200∼1천배 정도 더 배출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1997년 대만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은 3개월만에 100만마리가 감염되는 가공할 전파속도를 보였었다. 대만은 당시 400만마리의 돼지를 도살하는 등 구제역 발생으로 무려 4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을 입었다. 우리나라도 2년전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비 등 직접비용 568억원, 축산농가 금융지원 2천400억원 등 1조원으로 추산된 피해를 입었다.
안성에서 돼지의사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일본이 한국산 돼지고기, 소고기와 햄 등 모든 육류가공식품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 사실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수 있다. 당장 수출길이 막힌데다, 소비기피까지 겹칠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이중고가 우려된다.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 축산농가의 피해는 물론 관광업계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쳐 월드컵 추구대회 특수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구제역에 감염되면 아직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구제역이 발생하면 검역을 철저히 하여 확산을 막을 수 밖에 없을뿐 아니라 감염된 가축과 접촉한 모든 가축을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가는 마치 자식같은 가축들을 땅에 묻거나 소각하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율곡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8천700여마리와 인근 농장의 젖소 45마리, 인근 지역 다른 농장의 돼지 2천여마리도 불가피하게 매립했거나 해야 할 실정이다.
정부와 농가는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소독과 방역, 예방백신 접종, 도축장관리 등을 강화하고 국내 소비자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실상을 그대로 알리고 홍보하기 바란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각적인 축산농가 금융지원은 물론 수의과학검역원을 확대 개편하는 등 가축질병에 대한 체계적 방역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