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문화

술은 인류와 함께 가장 오래된 친근한 음식이다. 원시시대의 과즙이 천연효모 번식으로 절로 알코올 성분이 된 것을 먹게 된 게 술이다. 과주에 이어 곡주를 빚다가 화학주까지 나왔다.

술은 예부터 기혈(氣血)을 순환시키고 정(精)을 펴 준다하여 잘 마시면 양약이 되는 것으로 전한다. 설이나 생신때 어른들에게 오래 사시라는 뜻으로 술을 헌수(獻壽)하고 정월 보름에 귀밝이 술을 마시는 게 이에 연유한다. 그래서인지 술 자리에도 예절이 있다. 요즘은 술잔 안돌리기 풍조가 더러 있긴 있지만 술은 역시 권하는 맛으로 먹는다 하여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작(酬酌)이 보통이다. 잔을 돌리는 행배(行杯)는 권주받은 잔을 비어 되돌려 주는 반배(返杯)를 해야하고 ‘주불쌍배’(酒不雙杯)라 하여 자기 앞에 술잔을 두잔이상 두지않는 것이 술자리 예절이다.

그러나 술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잘 마시면 백약지장(百藥之長)이지만 잘못 마시면 광약(狂藥)이 된다. ‘술 먹은 개’ ‘술 덤벙 물 덤벙’ ‘술 취한 놈 달걀 팔듯 한다’는 전래 속담은 술의 폐악을 일깨우는 잠언이다. 심지어 정신병을 유발하거나 불치의 병을 얻는다. 술로 인한 버릇, 즉 주벽은 습관이다. 예컨대 술만 먹었다 하면 옆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려 들고, 횡설수설 해가며 친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작취의 주독에 시달리는 주벽은 잘못 길들인 습관이다. 그런가 하면 술을 먹으면 친구간에 재미있고 집에 돌아가서도 가족들에게 더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는 좋은 주벽 또한 습관이다.

술은 취하라고 마시고 취하면 심신이 흐트러지게 마련이지만, 남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술도 좋은 음식인데 입에 댈 자격이 있다할 수 없다. 시인이었던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8∼1961)는 ‘명정(酩酊) 사십년’을 쓴 두주불사의 호주가였지만 술에 취해 실수를 해도 남을 괴롭히는 실수는 않기로 정평이 났던 분이다.

지난해 국내 술 소비량이 307만㎘로 전년에 비해 9%가 늘었다는 재경부의 분석이 보도 됐었다. 위스키 맥주 소주 할 것 없이 소비량이 다 늘어 미국 일본의 27, 28위보다 높은 세계 24위의 술 소비국이 됐다는 것이다. 술을 마셔도 좋게 마시는 좋은 술 문화가 이룩됐으면 좋겠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