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통령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프랭클린 피어스(1853∼1857)는 잘 생긴 외모 하나만 빼면 한가지도 볼게 없었다. 집안 문제를 일에까지 연장시켰다.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을 백악관으로 가져온 그는 역사상 가장 우울한 백악관 생활을 연출했다. 제임스 뷰케년(1857∼1861)은 무능하고 서툰 판단으로 미국을 남북전쟁으로 내몰았다. 특히 남부의 승리를 위해 판사들을 회유함으로써 대법원의 공명정대성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을 파괴했다. 앤드루 존슨(1865∼1869)은 독단과 아집으로 상생의 정치를 무시했다. 완고하고 음울한 성격으로 의심이 많고, 남의 비판과 비평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율리시스 그란트(1869∼1877)는 대통령직을 영달과 보상의 영역으로 다룬 인물이다. 자신의 군시절 동료들, 고향 친구, 선거 때 자금을 동원한 사람, 친인척들을 불러 들여 보좌관이나 정부 공직에 들어 앉혔다. 벤지민 해리슨(1889∼1893)은 공화당 보스들과 기업인들 얼굴 마담으로 만족했고 사람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사회성마저 부족해 따뜻함이나 서민 감각 같은 것이 없었다. 윌리엄 태프트(1909∼1913)는 진보의 물결이 넘실대던 시대에 보수주의에 집착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전임 대통령 루스벨트였지만 태프트는 취임하자마자 루스벨트 개혁 프로그램들을 중지시키거나 제쳐 두었다. 위런 하딩(1921∼1923)은 장관직을 비롯해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고향 오하이오 친구들과 친인척들에게 분배, 행정부는 그들의 사리사욕으로 가장 추잡했다. 캘빈 쿨리지(1923∼1929)는 투기를 막지 못해 대공황의 중요 원인이 됐다. 거스름돈 5센트를 주지 않는 보좌관을 혼냈고 제일 싼 담배를 피우면서 손님들에게는 그 보다 더 싼 담배를 권했다. 리처드 닉슨(1969∼1974)은 음모와 오만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였다. 헌법을 위반하고도 뉘우침이 없었던 몰염치하고 뻔뻔한 대통령이었다. 지미카터(1977∼1981)는 재임 중 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인권·환경·핵무기감축·평화와 정의의 추구 같은 것들을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메시지는 뚜렷하지 않았다.

기자생활을 한 네이슨 밀러가 쓴 ‘미국 최악의 대통령 10인’이라는 책에 나오는 실패한 미국 대통령들의 행적이다. 친인척과 가신 중심의 인사, 고집 불통, 우유부단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앞으로 이런 류의 대통령은 뽑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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