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준다

참새가 소의 등에 앉아 “내 고기 한 점은 네 고기 열 점과도 안바꾼다”고 했다. 참새구이가 그만큼 맛이 있다는 뜻에서 호식가들이 지어낸 말일 거다. 말인즉슨 먹을만 한 게 맞지만 이도 쇠고기가 귀했을 때의 얘기일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고기와 알은 정력제이고 뇌는 귀먹은데, 머리피는 야맹증에 좋고 수컷의 배설물은 종기와 응어리를 다스린다고 했다.

참새는 음력 시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속설은 그밖의 계절엔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에 못먹는다지만 이유는 정작 다른데 있다. 한햇동안 서너차례 알을 낳아 부화하는 번식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미새가 잡히면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굶주려 죽게 되므로 못잡게 하기위해 먹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가을에 벼가 여물 때에는 참새 떼들의 피해가 적잖았던 가운데도 순리를 존중한 선인들의 자연보호 의식을 엿볼 수가 있다.

어미새는 하루에 22∼26g 체중의 5분의 1인 4∼5g의 낟알이나 벌레를 먹어야 하므로 유수기의 벼는 좋은 집단먹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수백, 수천마리가 무리를 짓던 참새 떼가 줄었다싶더니 참새가 사라진다는 환경부의 조사보고가 있었다. 국토 100㏊당 서식하고 있는 참새가 139.3마리로 1991년의 428.1마리에 비해 무려 64%나 급감했다는 것이다. 포획 급증과 농약살포에 의한 벌레 감소를 이유로 분석했다. 참새는 해로운 새로 알려졌으나 꼭 그렇지만 않다. 유해곤충의 사냥꾼 노릇도 하여 이로운 면도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하는 여러 속담도 있고, ‘참새 기다리는 호랑이’등 민간설화나 ‘참새잡이놀이 등이 있었을 만큼 참새는 생활에 친근했던 텃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한달 넘게 섭씨 42도를 웃도는 살인더위가 계속돼 800여명이 숨지는가 하면 미국 중동부지방엔 5월 한파가 닥쳐 섭씨 영하 6.6도까지 내려가 눈 내린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상 역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상고온, 이상저온이 무상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참새 감소의 요인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새도 이제 보기 어려울 것인지, 뭔가 자꾸 달라지는 생태계 변화의 조짐이 인간에게 재앙을 예고하는 것 같아 두렵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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