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 스페인은 오랜 축구 전통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던 팀.
1928년 출범한 프리메라리가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 A와 함께 세계 3대축구리그로 불릴만큼 경기력과 흥행 모두 최정상급이지만 스페인의 월드컵 성적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출전한 스페인은 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고 8강에 3차례 올랐을 뿐 나머지는 조별리그나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행보는 크게 달라졌다.
B조에 속했던 스페인은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를 3대1로 이겨 52년이나 따라붙었던 ‘1차전 징크스’를 깨트렸고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는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2로 승리, ‘연장전 징크스’까지 날려 버렸다.
매번 월드컵에서 뛰어난 개인 기량을 지니고도 갖가지 내분으로 무너졌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팀워크까지 최고에 이르렀다.
98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한 팀으로 끈끈하게 결속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4-4-2 시스템을 펼치며 공격의 핵심은 투톱으로 나서는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다.
‘천재 골잡이’로 불리는 라울은 탁월한 골 결정력 뿐만아니라 문전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엮어 주는데도 능하며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노릇도 하는 스페인의 기둥.
중원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미드필드진 역시 수비 가담보다는 공격 지향적이다.
좌우 날개로 데페드로와 루이스 엔리케가 포진하고 가운데는 카를로스 발레론과 바라하가 맡는다.
푸욜-페르난도 이에로-앙할 나달-후안프란으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은 견고하긴 하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스페인의 주전 문지기는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페널티킥을 한 차례 막아냈고 1대1 비긴 뒤 가진 승부차기에서도 승리로 이끈 21살 약관의 이케르 카시야스가 맡는다.
전반적으로 스페인 축구는 튼튼한 수비가 강점인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마치 ‘미니 브라질’을 연상하듯 개인기나 짧은 패스로 좁은 공간을 돌파하는 기술축구로 팬들의 관심을 배가시키는 팀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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