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기가 찾아오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역부족이었다.
평균 신장이 4㎝ 이상 차이가 나는 독일을 상대로 고공플레이에서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히딩크 감독이 25일 세운 전략은 전반 수비위주의 전술로 상대를 지치게 한 뒤 후반 공격을 통해 승부를 결정짓는 것.
이같은 용병술은 이미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적용된 적이 있지만 이날 선발 라인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주전 공격수들을 뺀 히딩크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선발로 출전했던 설기현과 안정환 등 공격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그동안 조커로만 활용했던 이천수와 차두리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세웠다.
이처럼 선발라인업에 변화를 준 것은 발이 빠르고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이천수와 차두리를 활용, 상대 수비수들을 지치게 하는 동시에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해 체력이 달리는 안정환, 설기현을 후반에 투입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도.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 선수들의 체력은 히딩크의 예상을 뒤엎고 상대적으로 회복기간이 짧았던 한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 선수들의 체력 유지는 한국 선수들을 지치게했고 수비라인의 집중력까지 그대로 유지돼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또 후반 8분 안정환을 투입해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 공격진을 대폭보강해 상대를 압박하려 했으나 최진철이 부상, 교체가 불가피해지는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교체 가능한 선수가 둘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히딩크가 막판에 계획했던 공격적인 전략이라는 승부수에 차질이 생겼고 38분 설기현까지 투입했으나 독일 쪽으로 기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지못했다.
결국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데다 체력까지 앞선 독일을 상대로한 히딩크의 전략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독일에게 결승행 티켓을 양보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으로 귀결됐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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