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성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또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저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며 저의 패배를 겸허한 심정으로 인정합니다. 저는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저는 김영삼 총재가 앞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여 국가의 민주적 발전과 조국의 통일에 큰 기여 있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로써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범한 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이로써 40년의 파란 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간 국민 여러분의 막중한 사랑과 성원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하해 같은 은혜를 하나도 갚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점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1992년 12월19일 새벽, 제14대 대통령선거의 개표결과가 밝혀지면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내용이다. 1992년 12월18일 실시된 제14대 대통령선거는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와 박찬종(신정당), 이병호(대한정의당), 김옥선(무소속), 백기완(무소속)후보가 각각 출마하여 1대6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집계를 보면 김영삼 후보가 997만7천332표, 김대중 후보는 804만1천284표,정주영 후보 388만67표, 박찬종 후보는 151만6천47표를 획득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때 은퇴한 뒤로 정계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얼마나 편안한 노후를 지내고 있겠는가. 지지대자는 지난 21일 저녁 TV로 생중계된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홍걸·홍업씨 등 아들문제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지난 몇달동안 저는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을 통절하게 느껴왔으며, 저를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부끄럽고 죄송한 심정으로 살아 왔습니다” 라면서 고개 숙인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며 10년전의 은퇴성명을 떠올렸다. 김대통령은“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모두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며 거듭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죄를 지은 아들들은 법의 규정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아들들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정치판은 냉혹하기 짝이 없다. 임기를 마치면 이번엔 정말 은퇴해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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