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잘했다’ ‘4년뒤를 기약하자’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대구월드컵경기장을 가득메운 6만3천여 관중은 벅찬 환희와 아쉬움의 눈물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52년전 한국전에서 자유를 위한 피흘린 ‘혈맹’인 터키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었고 오직 승자만 있었다.
6월의 뜨거움속에 조국의 명예를 걸고 뛰었던 한달간의 격전을 마무리하는 자리는 화합과 우정의 붉은 물결만 넘실댔다.
경기가 끝난 뒤 마련된 시상대에도 3위와 4위 자리가 따로 없었다.
4위를 차지한 우리 선수들이 먼저 오르고 3위가 된 터키 선수들이 나중에 오르는 순서상의 차이만 있었을 뿐 오로지 열심히 싸운 선수들을 위한 평등한 시상대만 놓여 있었다.
태극전사들이 관중에게 큰 절을 하고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를 헹가래칠 때 응원단은 4강 신화 주역들의 이름을 하나씩 연호했고 수천발의 플래시가 그들을 축복했다.
히딩크는 그동안 선수들을 솔선수범해 이끌어 왔던 황선홍과 홍명보를 다시 불러내 같이 손을 맞잡았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두명의 노장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연호로 ‘사랑’을 전했다.
터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 관중은 ‘터키! 터키!’를 외치며 48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한 터키를 위해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태극전사들과 유니폼을 바꿔 입고 답례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터키 선수들의 손에는 터키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들려 있었다.
한국대표팀으로서는 지난 10일 조별리그 미국전(10일) 이후 19일만에 다시 찾은 대구.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패배의 위기를 일순간에 날려버렸던 안정환의 동점 헤딩골에 경기장이 터져 나갈 듯 솟아났던 함성은 이날 오히려 증폭돼 달구벌에 메아리쳤다.
이날 경기 시작 1시간전부터 북을 치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응원단은 물결 응원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응원단은 양팀 선수를 소개할 때 한국선수와 마찬가지로 터키 선수들을 뜨거운 박수로 맞았고 터키국가가 연주될 때는 본부석 왼쪽 스탠드에서 대형 터키국기가 펼쳐졌다.
한달간 열전이 펼쳐졌던 월드컵이 대미를 향해 치닫고 있는 29일 달구벌엔 새로운 희망을 담은 우정과 화합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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