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고통 외면하는 축협

지난달 25일 열린 이천시청 아침 간부회의에 특별한 사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최근 구제역으로 공무원들은 물론 축산농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천축협 소속 노조원들이 지난 24일 임금협상 관철을 위해 서울로 집단 상경하는 바람에 78명의 직원중 48명이 자리를 비워 업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간부 공무원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 공무원들은 그나마 적은 수의 인원을 쪼개 구제역 현장에서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축산농가들의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할 축협이 오히려 조합원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 나왔다.

그래서 이날 회의는 뚜렷한 결론도 없이 끝났다.

현재 이천시는 안성과 경계지역인 설성지역은 물론 인근 시·군 경계지역 곳곳에 27개의 통제초소를 설치, 60여일 이상 운영하고 있다.

이들 초소에는 하루평균 공무원 40여명과 군부대 장병, 경찰, 일선 농민 등 120여명이 투입되고 있고 이들 초소 이외에도 각 읍·면사무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임시초소 96개소를 감안하면 하루평균 100여명 이상이 매일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사정은 이런데도 축협은 소독차를 제외한 인력지원은 외면하고 있다.

물론 인력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매일 구제역 방역현장에 투입되는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을만하다.

구제역 방역활동은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축산농가는 축협 조합원들이라는 사실을 축협은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축협의 최근의 행동이 주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씁쓸하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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