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

淸河

6·29 서해교전으로 전사한 고 해군 윤영하 소령·조천형 상사·황도현·서후원 중사 등 4명의 죽음은 실로 애통하다. 7월 1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통합병원 체육관에서 엄수된 장병영결식도 애통스럽다. 김대중 대통령이 빈소와 병실을 방문하지 않은 채 일본으로 출국한 점과 이한동 국무총리·김동신 국방부장관·이남신 합창의장 등 정부 각료, 군 수뇌부가 영결식에 불참한 사실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교전 다음날인 6월 30일 합동참모본부 정보참모 본부장이 장기 해외출장에 나선 점 등이 잇따라 드러나 서해교전을 고의로 축소하려고 했다는 세간의 의혹까지 사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방부장관실에 전화를 걸어 일정과 절차를 문의했으나 ‘해군에서 하는 일이라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장례식도 결재서류처럼 ‘전결사항’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문상도 직급별로 하라는 것인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영결식이 해군장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장례위원장인 해군참모총장의 상관인 국방부장관과 합창의장 등은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서

불참했다고 한다.그렇다면 1998년 천리행군 도중 순직한 특전사 대원 장례식에는 왜 당시 천용택 국방부장관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사건 당시 제1군사령부장엔 어째서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이 참석했었는가.

예로부터 ‘좋은 일에는 안가도 궂은 일에는 가야 한다’고 했다. 결혼식장에는 못가더라도 초상집엔 반드시 가야 인간의 도리라고 여겼다. 6·29 서해교전 전사자 영안실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설치하고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조의를 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 등 수상한 점이 자꾸 생각난다.더구나 전사자들의 장례식을 3일장으로 서둘러, 연휴기간 중 끝낸 것도 석연치 못하다.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영결식에 참석한 것을 놓고 ‘과연 ’이라는 여론이 있다. “꽃다운 20대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꽃잎이 찢기어 파도 위에 뿌려졌으니 애통함 그칠 길이 없습니다. 그대들은 삶보다 영광스런 죽음으로 조국을 켰습니다…” 합동영결식에서의 조사(弔辭)다.

“삼가 호국장병들의 명복을 경기일보사 모든 임직원의 이름으로 고개 숙여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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