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

이스라엘 현역 군인이 포함된 민간인 등 6명이 자국의 군부대 탄약고를 턴 무기를 3년동안이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팔아넘긴 사실이 밝혀져 야단인 모양이다. 범인들은 탄환의 경우 한발에 우리나라 돈으로 125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PLO의 자폭 테러로 편할 날이 드문 이스라엘로서는 무기밀매에 충격이 커 ‘내부의 적’ 문책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보도됐다. 이스라엘은 남녀를 막론한 국민개병주의로 여군 소총부대가 직접 교전에 임하는 나라다. 범아랍권과의 전쟁땐 미국에 유학중이던 젊은이들이 총을 들기 위해 배움을 중단하고 자진 귀국했다.

1949년 12월 장개석의 국민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모택동이 이끈 공산군에 쫓겨 대만으로 도망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부패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지원한 M1소총이 국민정부군에게 보급되면 일부는 그 이튿날 공산군 손에 가있을 정도였다. 8연발의 M1소총은 3·8식소총이 격발때마다 노리쇠를 잡아당겨야 했던 단발 소총에 비하면 위력적이었다. 모택동 군대는 2차대전에 패한 일본 군대가 썼던 3·8식 소총이 보병의 주무기였으나 국민정부군의 밀매로 M1소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개석 국민정부는 대만에 가서도 부패가 끊이지 않다가 장 총통 자신의 며느리가 보석을 밀수입한 사실을 알고 며느리를 대북 시가지서 공개 총살하는 척결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비로소 부패가 추방되기 시작했다. 대만이 오늘날 경제부강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나마 장개석의 그같은 읍참마속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PLO에 대한 무기밀매사건을 보면서 국민정부군의 공산군에 대한 무기밀매를 생각나게 하지만 그렇다고 장개석처럼 이스라엘이 무너질 것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내부의 적’ 단속에 나선 것은 무척 주목할만 하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 잘된 나라는 없다. 1975년 사이공 정부가 하노이정권, 즉 월맹에 의해 망한 것도 부패 때문이었다. 배신과 더불어 부패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해야 하는 게 이스라엘 뿐이겠는가를 생각해 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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