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학 연구소’ 설립 환영한다

지방화 시대인 21세기를 맞이하여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미진하여 지역연구에 대한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방화나 지역발전은 구호용이나 전시용이 아닌 실제적인 학문적 연구를 통하여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지역발전책을 강구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손학규 경기지사가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경기학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환영할만 하다.

앞으로 수년 있으면 경기도는 인구 대비 서울을 능가할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등 제반 분야에서 한국의 중심지역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아직까지 한국의 중심이 아닌 서울의 변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더구나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의 이동으로 도민의 정체성은 아주 약하다. 경기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이나 애착심 없이 서울의 주변부로 전락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발전의 추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 시급한 것은 도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학문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서울에는 ‘서울600년’을 맞이하여 서울학연구소가 설립되어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부산 역시 최근 ‘부산학 연구센터’가 창립되어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100만 도시 수원의 경우도 이미 지난 4월 100만 인구 돌파 기념 수원시발전 방안 학술세미나에서 ‘수원학’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인천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사실 ‘경기학’ 연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손학규 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학연구소’의 설립계획이나 연구 방향 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연구소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바란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서울학’ ‘부산학’ 연구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官) 주도로 설립되기보다는 지역내 대학 또는 대학간의 협력을 통하여 설립,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지자체는 설립 자체를 주도하기보다는 지역내 대학이 ‘경기학연구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좋다. 대학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하여 ‘경기학연구소’가 조속 설립되어 경기도민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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