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새 총리서리에 장대환(張大煥)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임명했다. 장상 총리서리의 인준안이 국회서 부결된지 9일만이다. 이번에도 위헌논란을 무릅쓰고 총리서리를 임명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총리직무대행을 임명하면 ‘총리부재’상태를 즉각해소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도 ‘서리’관행을 고수하는 것은 아집으로 비쳐질수 있다.
김 대통령이 50세의 장씨를 전격적으로 새 총리로 발탁한 것은 내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총리서리는 미국 뉴욕대에서 국제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서울대 등에서 강사를 지내고 86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 88년부터 사장을 지낸 언론인으로 역동적인 리더십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젊은 경제전문가 출신의 언론계 인사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장상씨를 총리서리로 임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발상의 전환 차원의 파격인사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치적인 색채가 거의 없는 인물을 지명한 것은 내각의 정치적 중립성격을 강화하고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인물인데다 언론사 사장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딱히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음직하다.
물론 장 총리서리는 경영마인드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걸맞는 참신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정수행 및 조정능력과 행정장악력 등은 미지수다. 올해 만50세인 그가 무리없이 내각을 이끌어 나갈지도 주목된다. 또 장상씨 때와 같은 임명동의안 부결사태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하나 그동안 검증될만한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확인되어야 한다.
앞으로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번 장상씨에 대한 인준안 부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나라당으로서는 강도높은 검증을 하다 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를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또 인준안을 부결시키게 되면 ‘다수의 오만’이란 역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8·8 재·보선서 압승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검증에 있는 만큼 장 총리서리에 대해 여야를 떠나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앞으로 구성될 인사청문위원들은 자료준비기간 중 치밀하고 충실하게 자료수집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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