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일이 무더위 만큼이나 짜증나게 한다. 회복세를 보이던 실물경제가 갑자기 침체를 보이는 등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터에 국민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이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는 것은 앞다투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성남 등 14개 시·군이 하반기에 수도요금을 최고 50%까지 대폭인상할 계획인 것도 그중의 하나다.
일선 시·군에 따르면 매년 누적되는 적자를 줄이고 시민들의 절수정신을 높이기 위해 수도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돗물값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싼 편인데다 거의가 생산원가보다 싸게 공급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채근하는 요금현실화 차원에서 불가피한 처사라는 것은 그런대로 설득력은 있다. 또 다음달부터 광역상수도 원수값이 t당 194.34원에서 231.57원으로 오르는 것도 원가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에는 반드시 원가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살펴보고 지자체 산하 수도사업소 스스로가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자체들이 상수도 사업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감사원이 최근 94개 기관을 대상으로 상수도 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45개 단체의 상수도 총괄 원가가 적정가보다 1천200만∼91억4천700만원 높게 책정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의정부시 등 18개 단체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출자한 정수장 건설비 2천452억원을 투자 자산이 아닌 가동 설비자산으로 처리하고 매년 2억4천300만∼15억5천300만원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해왔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요금을 올릴 경우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사전 점검, 경영부실에 따른 원가부담을 요금에 떠넘기는 일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일반 기업에 비해 구조조정이 가장 뒤처져 있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상수도사업의 적자요인도 상당부분이 부단한 경영합리화로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대신 방만한 경영에 기인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판단이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때에 요금을 올리려는 것은 아무래도 무감각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당국은 수도료 인상에 앞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부터 씻어내는 일부터 해야한다. 아울러 원가계산 내역과 상수도 관련 모든 예산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후 객관적인 인상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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