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멘토’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썸니아(Insomnia)’가 15일 개봉된다.
기라성같은 명배우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를 ‘투톱’으로 기용한 심리 스릴러물. 사연 많은 베테랑 경찰과 사이코 살인범 간의 두뇌게임이라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스릴러 공식이 펼쳐진다.
밤낮 없이 해가 비치는 ‘백야’에 접어든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 이 곳의 쓰레기하치장에서 누군가에게 맞아 죽은 17살 여고생의 나체 시신이 발견된다.
LA경찰국 소속 베테랑 형사인 도머(알파치노)와 그의 파트너 햅은 이 마을에 급파돼 알래스카 지방경찰인 앨리와 호흡을 맞춰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밤에도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도머는 경찰이 놓은 덫에 걸려든 살인용의자 핀치(로빈 윌리엄스)를 안개 속에서 추격하던 중 동료 햅을 범인으로 잘못 알고 총으로 살해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낯익은 스릴러의 궤도에서 벗어난다. 순식간에 자신이 쫓던 범인과 똑같은 살인범 처지가 된 도머. 당시 증거조작 혐의로 내사과의 감시를 받던 그는 자신의 부정을 알고 있는 햅이 숨지자 내사과에서 계획된 범죄로 몰고갈까 두려워 사고를 조작한다. 햅이 살인용의자 핀치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둘러댄 것.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다. 도머가 햅을 쏜 것을 목격한 핀치. 삼류 추리소설 작가인 그는 도머에게 둘 만이 아는 서로의 범죄를 눈감아 주자며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치명적인 ‘와일드 카드’를 준비하면서 두사람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제목 ‘인썸니아’는 불면증이란 뜻. 백야에 적응하지 못한 도머는 사건을 수사하는 6일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해 갈수록 시야가 흐릿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고통을 겪는다. 도머의 고충을 연기한 알파치노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 역시 그의 의식 세계로 빨려 들어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정도다.
밤낮의 구분없는 백야와 이로 인한 불면증은 극 중에서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장치처럼 보인다.
사건 전개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해낸 감독의 솜씨가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알파치노와 함께 코믹하고 인자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로빈 윌리엄스의 악역 변신 또한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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