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白山

춘추전국시대에 어느 제후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병신이 뭐냐고 했다. 별의별 대답이 다 나왔으나 제후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돈 없는 것 이상이 없느니라”고 했다. 이유가 분명했다. 돈 없으면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사람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다. 돈이 없으면 사람노릇을 못하는 게 맞다.

돈에 침 뱉으면 그래서 위선이다. 돈은 벌고 봐야 한다. 다만 어떻게 버느냐가 문제일 따름이다. 한국사회에서 부(富)가 존경받지 못한 것은 불행이다. 근검절약, 노력의 결정체가 곧 부이다. 그런데도 사기 협잡, 그리고 권력과 부정한 결탁의 소산으로 치부되는 사회병리 현상이 심각하다.

현찰 200억원이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만원짜리 신권으로도 007가방 가득히 1억원밖에 못들어간다. 007가방으로 무려 200개다. 누군 사과상자에 담아 쌓은 돈냄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대우그룹 어느 중진의 부인 얘기가 그랬다. 천장까지 쌓은 돈에서 돈냄새가 그토록 진동했다는 것이다. 그돈을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게 둘째아들 홍업씨가 운반하여 가져가도록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주었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둘째아들 홍업, 셋째아들 홍걸씨가 수십억원을 해먹고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판에 007가방 200개 분량의 만원짜리 현찰을 불우이웃돕기에 내놨다. 더 보태어 70억원 상당의 부동산까지 기탁했다. 이 분은 이보다 앞서 음성꽃동네에 100억원을 희사하기도 했다. “자식들은 키워 공부시켜 결혼하고 집한채 사주면 더 해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큰 재산을 물려주는 건 되레 자식을 망치는 것”이라고도 했다. 자식에게 집한채 사주지 못하는 부모는 더 할말이 없지만 이 분의 또 한마디가 새겨들을만 하다.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건 가족과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북에서 맨주먹으로 월남하여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것으로 시작해 버스회사 사장을 지낸 분이다. 강태원씨(83·용인시 기흥읍), KBS에 사재를 이토록 아낌없이 기탁한 그를 보면서 돈에 눈먼 정치인들을 생각해 본다. 권력으로 축재하는 정치인과 벼슬아치 그들을 경멸한다. ‘강선생,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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